
이희영 장편소설
창비/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길이: 198 페이지
출판일: 2019/4/19
이 책은 가상의 미래에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국가가 맡아 키우면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아이들이 직접 면접을 통해 양부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소재가 매우 신선합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책의 목차로 나와있는 소제목별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제누 301입니다>
제누 301은 오늘 부모 면접을 봅니다.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NC(Nation’s Children) 센터에서는 아이들이 20살 성인이 되기 전에 양부모를 찾아주어 아이들에게 가정을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부모 면접은 13세부터 19세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기전까지 입양이 되지 못하면 평생 NC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하며 NC 출신임이 알려지면 사회적 차별을 받게 되어 힘든 삶을 살게 됩니다. 올해 17세인 제누 301은 가능한 빨리 부모를 찾아 입양이 되어야하죠. 하지만 그는 부모 면접에 온 프리 포스트(pre foster)들에게 낮은 점수를 주며 전혀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NC 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가디(가디언)들의 걱정에도 느긋하기만 합니다.
제누 301은 센터에서 붙여주는 이름입니다. 제누는 1월에 들어온 남자아이라는 뜻이며 뒤에 붙은 숫자는 몇 번째로 들어온 아이인지를 나타내줍니다. 함께 방을 쓰는 동생 아키 501은 10월에 들어왔으므로 아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NC 센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고 낳은 아이를 키우기 원치 않을 때 국가가 맡아서 키우기로 하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아이들은 여기서 제대로 된 보육과 교육을 받게 되며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만들어지는 13세가 되면 부모 면접을 통해 직접 함께 살고 싶은 부모를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아이를 데려가 키우는 부모들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되어 간혹 보조금을 노리고 접근해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센터장 가디 박, 잠깐 여기서 가디는 아이들을 돌보는 가이드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바로 센터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이죠.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이를 잘 낳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부는 NC의 아이들을 입양하여 키우도록 장려했습니다. 사람들도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어느 정도 커서 손이 덜 가는 연령대의 아이들을 선호했죠. 하지만 NC는 입양한 부모의 방임과 학대가 많아지자 입양 가능한 아이들의 나이를 13세부터로 올렸습니다. 사람들은 NC의 아이들을 입양하면 양육수당과 연금을 앞당겨 받을 수 있다는 혜택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NC 아이들도 입양만 되면 평범한 이름을 얻게 되고 NC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없앨 수 있으므로 부모 면접을 통해 얼른 입양되기를 원했지요. 물론 부모 면접의 주도권은 아이들에게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을 영어 발음이 비슷한 ‘페인트’라는 은어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오늘 페인트 하러 간다’라는 말은 부모 면접을 하러 간다는 말입니다.
NC 센터에서는 19세까지만 생활할 수 있으므로 현재 17세인 제누 301은 그 전에 입양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 NC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적인 차별을 받으며 힘들게 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센터장 박은 홀로그램을 통해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별 생각없이 말하는 젊은 부부를 센터장 박은 싫어했지만 뭔가 모르게 솔직한 그들의 모습에 끌려 제누는 그들과 부모 면접을 하겠다고 합니다.
<대체 누구를 소개받은 건데?>
그동안 가디들이 권유하는 페인트는 모두 안 하겠다고 거절하다가 이번에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듯한 젊은 부부와 부모 면접을 보겠다고 선언한 제누를 두고 센터장 박과 가디 최는 언쟁을 벌입니다. 제누가 선택한 일이지만 최는 이런 부모를 소개한 센터장이 야속합니다.
<ID 카드의 넘버>
제누는 최와의 면담을 통해 센터장이 잘못한 일은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합니다. 최와의 면담을 통해 제누는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지, 부모와 함께 사는 이상적인 삶은 어떨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최는 왜 센터장이 제누를 그토록 믿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홀로그램으로만 보았던 프리 포스터들과 직접 만나는 첫 면접날이 되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NC 센터에 대해 많이 알아보지 않고 온 듯 했습니다. 제누가 이름을 말하자 “우리 ID 카드의 넘버와 같은 걸까?” 라며 대수롭지 않게 묻습니다.
젊은 부분의 이름은 서하나, 이해오름.
서하나는 퍼블리싱 회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해오름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지금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둘은 입양을 하게 되면 받게 될 혜택도 고려했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자신들이 입양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가디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격미달의 부모였지만 꾸밈없는 그들의 태도가 제누는 맘에 들었습니다. 다음 면접 일정을 잡아달라고 합니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드디어 제누의 2차 페인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제누가 2차 페인트까지 진행하는 건 드문 일이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기존의 프리 포스터들과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제누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많은 대화 끝에 남자는
“너는 되게 어른스럽다. 어른인 우리보다 훨씬.”
이라고 하자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라고 제누가 답합니다.
제누는 그만큼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고 영리한 아이였습니다. 제누는 3차 페인트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자리를 비우는 일이 없던 센터장 박이 갑자기 휴가를 냈다고 소식을 듣고 걱정합니다.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하루 휴가를 다녀온 센터장 박이 갑자기 한동안 자리를 비울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제누는 일부러 사고를 쳐 박의 사무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불려갑니다. 그곳에서 박이 폭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제 그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최는 박에게 가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라고 종용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야. 알잖아, 선배. 선배를 위해서야.”
“그래, 마지막으로 하나는 보여 주고 싶어. 나는 당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야.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그 소문 들었어?>
첫 번째 페인트에서 좋은 프리 포스터를 만나 입양이 거의 결정되다시피한 아키는 제누에게 소문 하나를 전했습니다. 어떤 센터에서 사전 정보없이 페인트를 진행시켰는데, 알고 보니 생부 생모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곧바로 퇴소하여 그들을 따라갔다고 합니다. 제누는 자기라면 절대로 생부 생모를 따라가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기다릴게, 친구>
3차 면접에는 젊은 부부 중 아내인 서하나만 왔습니다. 하나는 힘들었던 엄마와의 관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엄마의 꿈을 이룰 대리인으로 자라야 했던 시절을. 제누와 하나는 솔직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제누는 자신처럼 17살이나 된 다 큰 아이와 산다는 건 쉽지 않을거라 했고 하나는
“우리가 꼭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냥 친구가 되면 안 될까?”
하지만 제누는 그들과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을 거라고 말해줍니다. 센터에서 아직 더 배우고 생활하고 싶다고 합니다. 해오름이 그려준 그림을 전해주며 하나는
“기다릴게, 친구”
라고 말하며 작별 인사를 나눕니다.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제누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예전보다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돌아온 센터장 박을 찾아간다. 제누는 더 이상 페인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입양이 되지 못하면 평생 NC 출신 꼬리표를 달고 사회에 나가야 하는데, 제누는 오직 NC 출신만이 NC 출신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물론 자신도 두렵지만 세상에 나가면 또 다른 기회가 있고 그 속에서 발견할 자신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상담이 끝나기 전 제누는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봐도 돼요?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며 박은 알려주지 않지만 한마디를 덧붙이며 희미하게 웃습니다.
“언젠가 네가 이곳을 떠나면 나는 더 이상 너의 가디도 센터장도 아닐 거다”
그때가 되면 새로운 인연으로 서로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그런 의미일 것 같습니다.
<마무리 글>
평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나 추천작을 재미있게 읽는 데 이 책도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재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상의 미래 어느 시점에 일어나는 일인데, NC 라는 장소, 프리 포스터, 제누, 아키, 가디 처럼 영어로 단체명과 이름 등을 사용한 것이 묘한 이질감을 주면서 동시에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꼭 한국이 아니어도 세계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라는 걸 내포한 느낌이랄까요...
17살 아키가 내뱉는 말들을 읽을 때마다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됩니다. '아, 맞아. 그렇지. 모든 부모 자식 관계가 이상적인 건 아니지.',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럽지도, 꼭 어른스러워야 할 필요도 없지.' 작가가 아키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듯 했습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읽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런데, 청소년문학상 수장작이니 뭔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제 찾기를 하다보면 약간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뭐지? 부모와의 관계보다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나 부모 자식의 관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걸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책입니다. 뭔가 열린 결말처럼 열린 주제찾기라고나 할까요? 시작은 가볍게, 끝은 묵직하게...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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